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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닮은 비운의 여인

기사승인 2020.09.16  13: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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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 시인

1974년 8월 15일의 정선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버지는 고구마를 쪄서 먹자고 밭으로 나와 셋째 형을 불렀다. 우린 바구니 하나를 들고 따라 나섰다.

커다란 고구마를 한 바구니 캐서 담고 아버지 많이 담았으니 이제 가요. 그러면서 아버지 얼굴을 쳐다보니 눈물을 흘리시며 애들과 국모님이 돌아 가셨다 하시며 통곡을 하셨다.

북한에서 내려온 자가 쏜 총에 맞아 돌아 가셨단다. 어린 나는 죽음이라는 것과 영원한 이별을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죽음을 계기로 그 경계를 알게 되었다.

백일 탈상을 하셨는데 호기심이 큰 꼬마는 어머니의 슬픔을 이해했다.

원하지 않는 영원한 이별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를 ....

여름의 끝자락에 청와대 경내에는 평소 영부인님께서 좋아하시던 하얀 목련화가 피어 슬픔을 더했다.

운구행렬이 청와대 정문을 나설 때에 무쇠보다 더 단단한 대통령은 영구차 앞을 막고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대통령이 아닌 사랑하는 짝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슬픔은 너무 애절했고 국모를 잃은 대한민국의 민초들은 통곡 했고 산천초목 하늘도 땅도 울렸다.

시골 정선의 깡촌에도 한두 달에 한 번씩 육영 재단에서 동화책을 한 권씩 보내 주곤 했었다.

나는 반장에게 급식장 반을 뇌물로 주고 두 번째로 책을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초록색 표지의 동화를 읽으면서 내면의 자아를 키웠고 이순신 세종대왕 퀴리 부인 김유신 단군신화 유관순 안중근 신사임당 등의 영웅들 전기를 통해 세상을 향한 견문과 꿈을 키웠다.

세계의 최빈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나라 개발도상국에서 자동차를 처음 만든 나라 세계 최대의 최고의 큰 배를 만드는 나라 세계 제일의 반도체를 만드는 1등 국가 작은 나라 분단국가에 서 초일류 대한민국 패배주의에서 할 수 없다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을 일으켜 세운 사람 경북 고속도로를 만들어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던 사랑.

그러나 짝을 잃은 그 사람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슬픔을 달래며 주색에 밤을 보내기도 했다.

3선 개헌과 18년의 장기집권 그리고 동방의 작은 나라 불모지에 사군자의 꽃을 피웠던 작은 영웅 나폴레옹을 닮은 불세출의 한국의 작은 영웅도 그렇게 침몰하시기 착했고 결국 친구이자 부하의 총에 의해 그리운 만인의 연인 목련꽃 색깔의 한복이 아름다운 목련을 닮은 비운의 연인 곁으로 돌아갔다. 

반월신문 webmaster@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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