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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교육지원청 삼일초교 조리사 "장마철이면 떠오르는 동두천 할머니"

기사승인 2020.07.08  1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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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교육지원청 삼일초교 조리사 정병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속 우리나라에 살고 있음이 문득문득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나이 먹었다고 말을 하려나? 여름에 찾아오는 태풍, 장마는 기다림 없이도 때마다 찾아오고 피해로, 아픔을 남기고 간다. 올여름에는 제주도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장마란 여름철 내내 계속내리는 비라고 했다. 올해는 마른장마 이후 이른 폭염으로 최고 섭씨 33도로 한 달 지속된다고 기상청에서 예고했다.

10여 년 전 학교근무 외 시간을 적십자 활동에서 한동안 열정적으로 활동했었다. 그해도 장기간의 장마로 피해가 상당히 많았고 전국적으로 봉사활동에 모두가 손을 보태야 했었다.

때마침 여름 방학인지라 학교 근무는 연가를 신청하고 노란조끼 착용 밀알 적십자봉사 요원들과 버스에 몸담았다. 우리 목적지는 동두천이었다.

개천정리가 되지 않은 그곳은 모래가 주를 이룬 개천 제방이 무너져 있었고, 동두천이 범람해 주변상가, 농토, 건물, 도로는 흙더미로 쌓여 지리구분이 전혀 안 되는 심히 처참한 상태였다.

우선 봉사자의 침착성으로 빨래, 청소, 매몰된 물건 세척 등 아침부터 시작된 봉사자들의 분주한 일손 덕에 저녁때가 되어 주민들과 대화가 오고 갔을 때 노장의 할머니 한 분이 내게 다가와 미소를 띄어주셨다. 그분들에게 여름장마는 늘 찾아오는 불청객이지만 부딪히며, 복원하고, 다시 시공하는 반복이었다.

이것이 그곳의 일상적인 행사가 돼어 있었다.

온몸에 흙투성이 된 할머니께서 두 눈만 깜빡이시며 내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마음이 상했던지 억장이 무너짐을 느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개천가 옆에서 옷가게를 하시는 상인이셨다. 너무 고마운데 모두 흙탕물에 잠기어 줄 게 없다고 말씀하시며 남은 게 이것밖에 없다고 내 손에 들려주셨는데 커다란 티를 하나 주셨다.

(그 당시 동두천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 중인지라 티도, 바지도, 모두가 빅 사이즈였다)

이를 받아야하나 거절해야하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봉사자 분이 말씀해 주셨다. 그게 할머님 마음이니 받으라고 하시어 못이기는 척 하고 받게 됐다. 그럼 나도 그분께 뭔가를 드려야 내 맘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새로 사 들고 간 알록달록 레인 장화를 벗어 드렸다.

디자인에 컬러가 맘이 드셨는지 좋아하시며 덩실덩실 춤을 추신다. 잠시 어두웠던 분위기에 이를 바라보던 동료 봉사자들과 더불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창가에 할머니께서 나오시어 손을 흔들어 주셨다. 마을이 정상화 되면 꼭 다시 찾아오라는 말씀과 함께 버스는 안산으로 직행했다.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장마소리만 들어도 어김없이 떠오르는 할머님의 그때 미소가 떠오르고 지금도 안녕하신지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그 뒤에도 수시로 짬을 내어 달려갔었던 장애인 목욕 봉사, 불우이웃 김장 봉사, 복지센터 반찬 봉사활동, 세월호 참사 봉사활동 등을 이어 갔다.

요즘엔 각 시,군이 나서서 개천공사, 농지정리, 도로보수 공사를 장마대비 사전공사를 많이 하고 있으니 동두천 범람은 옛날 이야기가 된 듯하다.

제발, 이번 장마, 태풍은 농가에도, 도시에도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반월신문 webmaster@banwol.net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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