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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

기사승인 2020.09.16  13: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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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미(아동문학가, 수필가)

폴란드의 헤움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며 잘 지내지만, 사람이 도울 수 없는 일은 신이 돕는다는 믿음 또한 굳건하다. 그런데, 가난한 구두수선공 에지크는 신이 모든 걸 안다면 자신의 문제도 알아서 해결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신을 의심하고 이웃의 돌봄과 조언에 불성실하다. 지친 이웃들은 이제 신만이 그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돕는 일을 포기한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놓인 에지크는 마지막 선택으로 신에게 100즈워티만 빌려달라는 편지를 쓴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말과 함께. 에지크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편지는 바람에 힘껏 날아간다. 우연히 편지를 보게 된 랍비는 신의 대변자로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에지크를 도와주기로 결정하고 50즈워티 지폐 한 장을 넣어 그에게 보낸다.

신에게서 온 답장에 뛸 듯이 기뻐하던 에지크는 곧 자신이 원한 금액의 반밖에 되지 않는 돈을 보고 실망한다. 그래서 감사하지만 100즈워티를 부탁했는데 50즈워티밖에 들어있지 않아 돌려보내니 다시 100즈워티를 보내달라고 말하며 지폐를 바람에 날려 보낸다. 때마침 지나가던 랍비가 그 모습을 보고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류시화의 <인생우화>에는 천사의 실수로 세상 모든 바보들이 모여 살게 된 헤움 마을의 기발하고 엉뚱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은 게으르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그릇된 생각과 행동을 에지크를 통해 풍자한 이야기로, 다소 과장되어 보이지만, 어쩌면 때때로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지는 않나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 때 서로 도와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웃들이 있다. 하지만 남의 호의를 늘 의심하거나, 부담스러워 스스로 벽을 만들거나,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여 공격적이거나, 지나치게 의지하여 따라다니려고만 한다면 아무리 좋은 이웃이라 해도 지쳐 떠나게 될 것이다. 좋은 이웃은 신의 선물이니 놓치면 바보다.

간혹, 병원에 가면 쉽게 나을 병을 기도와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며 크게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병원을 못 찾게 하여 분노를 유발시킨다.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어리석은 이들이다. 경험자의 조언을 잘난 척이나 잔소리로 치부하여 무시하는 이들은 어쩌다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지 못해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선물은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온다.

도움을 요청하면서 도와주지 않으면 죽겠다는 에지크의 편지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목숨을 담보 삼아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자식 간에, 연인 간에, 노사 간에 절실히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한번쯤 시도해봤을 수 있겠지만 옳지 않다. 극단적 행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거나 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오히려 죽을 각오로 열심히 살면 얻지 않을까.

게으름으로 안주하다 도태되어 살 길이 막막해도 전혀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에지크지만 인복은 있어 신을 대신한 랍비의 도움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그 복마저도 걷어찬다. 굴러들어온 복을 발로 차낸다고나 할까. 과거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후회되는 일이 한두 가지씩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할 일을 반복해서 만들지 않을 뿐이다.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은 게으름과 어리석음뿐만 아니라 고지식함과 불만, 욕심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한다. 100즈워티를 요구했는데 50즈워티만 왔다고 바람에 날려 보내는 고지식함과 50즈워티에 만족할 줄 모르는 불만, 그리고 계속적인 도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협박성을 동원한 큰돈에 대한 요구와 욕심이 이 안에 다 있다.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대면예배만을 고집하는 일부 고지식한 종교지도자들, 투기 과열된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부를 공산당이라 비아냥거리며 몰아붙이는 기득권의 불만세력들, 아직은 살만 하면서도 다 죽어가는 이들을 먼저 도와주는 일을 질투하여 돈 낭비라며 다 주든지 아니면 다 주지 말라고 떼쓰는 욕심쟁이들….

‘만약 신마저 도울 수 없다면, 인간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야말로 신마저도 도울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가고는 있지 않는지 점검해보자. 자꾸 안주하고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부지런함으로 가꾸고, 자꾸 고지식함과 불만, 욕심으로 어리석어지려는 마음을 융통성과 만족, 비움으로 지혜롭게 가꾸어 나가며.

반월신문 webmaster@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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