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숙 안산환경미술협회장

클림트(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오스트리아 1862-1918)의 작품을 보고 그가 대단한 독서가이자 장서가였음을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장식성, 게다가 탐미적 에로티시즘을 드러내는 그림은 소위 지적인 작품과는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편견이고 클림트를 제대로 바라보는데 치명적인 오류다. 그는 늘 양복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니는 당대 보기가 드문 지식인이었다.

그는 한 점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문헌을 조사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장서가가 되었고 또 당시 지식인 그룹에 출입하여 사상적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1905년에 착공해 1911년에 완성한 스토클레 저택은 건축가 요세프 호프만의 대표작이다.

그는 클림트에게 저택의 식당을 장식할 모자이크 장식화를 의뢰하였고, 클림트는 후원자의 풍부한 재정 덕분에 1910년 유리, 산호, 자개, 준보석 등 값비싼 재료를 이용하여 모자이크를 완성했는데 그 걸작이 <생명의 나무>이다.

식당 양쪽 긴 벽면에 장식된 생명의 나무는 구상적 표현이 전혀 없는 추상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클림트 회화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작품이다.

스토클레 저택의 벽화는 세 개의 패널화로서 중앙의 나무는 “생명의 나무”이다.

왼쪽의 여인은 “기대”인데 고대 이집트의 벽화처럼 얼굴은 측면을 향하고 있고 몸은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인물과 추상화 적인 배경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있다.

생명의 나무에 휘감겨 있는 오른쪽 연인은 그림 속에서 유일하게 얼굴과 손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포옹하고 있는 연인은 “성취”를 뜻하며, 전체적으로 동양풍의 의상은 클림트의 오리엔탈리즘과 비잔틴 취향을 짙게 나타내고 있다.

생명의 나무 작품 속 나무, 꽃, 여인, 연인등 다양한 요소들은 탄생, 죽음, 변화, 생명의 순환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이 그림은 철학과 고대의 신화에 뿌리를 둔 요소들이 사용되었는데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세계 사이의 연결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소용돌이치는 나뭇가지의 모습이다. 소용돌이치는 나뭇가지는 고대 신화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생명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또한 인간의 복잡성을 표현한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단단하게 땅에 고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신화 속 하늘과 땅의 연결을 표현하고 있다.

생명이 자라고 죽고 또다시 흙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 사상은 불교뿐만이 아니라 여러 고대 신화나 종교에서도 볼 수 있다. 영생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다.

나무의 가운데 검은 새는 죽음의 의미로 생명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음을 보여준다.

2009년 예술의전당과 2014년 아트 바젤에서 클림트 작품을 보며 화려한 황금빛 색채 뒤의 그의 정교하고 밀도 높은 작품 앞에 한동안 정지 상태로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오늘같이 더운 여름날엔 클림트처럼 스먹을 입고 내 작업실에서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세상일에 관심을 뚝 끊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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