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 순찰, 동료대원 딸 혈액암 소식에 헌혈증서 발 벗어…충청향우회·당진향우회도 향우돕기 운동 시작 '이게 사랑이야'

정광희 안산시 자율방범 단원연합대 연합대장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는 선부2동 사무소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탁업무에 열중한 정 연합대장에게 바쁜 일과가 하나 더 생겼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2월 어느 날 동료 대원인 이상기 선부2지대 부지대장의 딸 이나경 양이 혈액암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나서 부터다. 정광희 연합대장이 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정광희 안산시 자율방범 단원연합대 연합대장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는 선부2동 사무소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세탁업무에 열중한 그에게 요즘 바쁜 일과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 2019년 12월 동료 대원인 이상기 선부2지대 부지대장의 딸 이나경 양이 혈액암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 부터다.

지역 순찰에 열정적인 봉사로 수년간 함께 해온 그의 19살짜리 딸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진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즉시 안산연합대 20개 지대에 이 같은 사실을 문자 등으로 알렸다. 그러자 수많은 대원들이 적극 나서 헌혈 증서를 모았고 순식간에 70여장(1월 7일 현재)이 연합대장에 손에 들어왔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사랑의 손길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단원경찰서에도 이 같은 사연을 전하자 헌혈증서 모으기에 나섰고 50여장을 모았다. 안타까운 소식은 충청향우회와 당진향우회에도 알려졌다. 충청향우회에서 헌혈증서 40장이 모아졌다. 최제영 안산당진향우회장도 고대안산병원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새해 벽두 세탁업무와 동료대원의 딸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정광희 연합대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Q우선 배경이 궁금하다.

2019년 12월 20일로 기억이 난다. 연말 분위기에 젖어 각종 송년회 등을 다니면서 모처럼 들뜬 시간을 보낼 때였다. 그런데 이상기 선부2지대 부지대장으로부터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19살짜리 딸이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평소 긍정적이고 모든 일에 열정이 가득한 그의 얼굴이 그날만큼은 밝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평소에 건강하던 딸이 최근 한도병원을 거쳐 고대안산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혈액암이라는 얘기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어떻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정광희 연합대장(오른쪽)이 이상기 부지대장(왼쪽)에게 사랑의 헌혈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정 연합대장은 이나경 양이 반드시 완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Q그래서 헌혈증서를 모으게 되었나.

그렇다. 우선 병명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 '무엇이 시급하냐'라고 물었더니, 헌혈증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평소에 헌혈증서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20개 지대장들에 문자를 보내 헌혈증서를 모으자고 건의했다. 원래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단원연합대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속에 20개 지대에 문자를 보냈는데, 깜짝 놀랄 정도의 호응을 얻었다. 순식간에 70여장이 내손에 들어왔다. 눈물나는 일이었다. 내 자신도 그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대원들에서 감사함을 전한다.

Q연합대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대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많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웃에 봉사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조별로 나눠 도보와 차량순찰을 하고 있다. 주로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 지대에서 민원을 받아 구청 등에 건의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가로등 고장이나 맨홀의 문제 등을 파악하기도 한다. 주민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주변의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Q기억나는 일은 없나.

20년 이상 자율방범 봉사를 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뗏골 공영주차장에 숨어있던 20대 절도범을 발견해 경찰에 인계한 적도 있다. 외국인이었는데 야간 순찰을 하면서 성과를 얻었다. '여성안심귀가서비스'도 우리가 하고있는 일 중에 하나다. 초지역을 중심으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서비스로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있다. 연합대의 봉사로 인해 여성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다는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범죄예방 차원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자율방범 차량만 지나가도 범죄의 경각심을 갖게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체에 모든 대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상기 부지대장(오른쪽)이 딸 이나경(왼쪽)과 고대안산병원에서 혈액암과 싸워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을 하고 있다.

Q단원경찰서 헌혈증서 모금 과정을 설명해 달라.

평소 알고지내던 단원경찰서 현영주 경사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는데, 깜짝 놀라면서 자신들이 도울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적극 나섰다. 박태종 경위 등에도 사연이 전해지면서 헌혈증서를 모았다. 경찰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직업인데 당연한 조치라는 설명도 했다. 감동적이었다. 최명수 경무계장도 힘을 보태겠다고 위로와 응원을 보탰다. 생활안전계를 통해 헌혈증서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Q감동의 연속으로 들린다.

그렇다. 앞에서 소개한 경찰관들은 시민을 위한 봉사를 꾸준히 하고있는 분들이다. 자율방범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가슴이 따듯한 심성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어찌보면 지나가는 말로 들을 수도 있었는데. 이들은 즉각 행동으로 나섰다. 어려울 때 힘이 된다는 것은 말대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2019년 12월 26일 헌혈증서 50장을 모았다는 연락이 왔는데 감동 그 자체였다. 이 자리를 빌어 헌혈증서를 전해준 모든 경찰관들에 감사를 드린다.

Q성금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혈액암은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질병으로 알고있다. 알기로는 1억 원 정도의 치료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상기 부지대장은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이번에 병마와 싸우고 있는 딸도 효녀로 소문이 나있다. 착한 딸이 혈액암에 걸렸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자율방범 단원 연합대를 중심으로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우선은 지대별로 10만 원씩을 모아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에 월례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추후에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한다.

최제영 안산당진향우회장(오른쪽)이 지난 11일 고대 안산병원을 찾아 이상기 부지대장(왼쪽)에게 금일봉을 전달하고 이나경 양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Q충청향우회와 당진향우회 등도 돕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전해듣고있다. 이상기 부지대장은 현재 당진향우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 전부터 충청향우회에서 여러가지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박일도 안산충청향우회장과 이택영 사무총장 등 임원진이 최근 헌혈증서 40장을 모아 전달한 것으로 알고있다. 박일도 회장은 이상기 부지대장을 만나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당진향우회에서도 앞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영업자 모임인 안산상생경제포럼에서 헌혈증서 70장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지난 11일에는 최제영 안산당진향우회장이 고대안산병원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하고 위로했다고 한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Q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힘들고 벅찬 일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의 용기와 희망이 때로는 큰 힘이 되곤 한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지만 여러분의 작은 정성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위로를 하면서 완쾌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상기 부지대장 휴대전화 010-5417-4712, 계좌번호 농협 이상기 174-01-089604)

인터뷰=최제영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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