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변호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동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여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동안 끊임없이 개정되어 왔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임차인의 지위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위 ‘권리금회수청구권’내지 ‘권리금회수방해금지’조항이 2015년 신설되었고, 2018년에는 임대인의 권리금회수 방해금지기간을 임대차 종료 3개월 전부터 6개월 전까지로 늘리는 한편 그동안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5년까지 연장할 수 있었던 임대차보장기간을 최대 10년으로까지 늘리는 내용의 획기적인 개정이 있었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은 ‘상가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판결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엇갈리고 있던 해석례들을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해주었다는 점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렇다. 임차인 A는 2010년 임대인 B의 상가를 임차하여 음식점을 운영하였는데, 당시 법률상 인정되던 최장 임대차보장기간인 5년이 지나 더 이상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A는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전 C와 1억 4500만원에 권리금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실을 임대인 B에게 알리며 C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B는 상가를 재건축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하였고, 이에 A가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 소송의 쟁점은 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인정되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A의 경우처럼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하여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는 경우도 포함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5년의 임대차기간이 지나도 임차인이 그동안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과거 이 사건 판결의 1심과 2심에서는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임대인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에서 판례가 뒤집힌 것이다.

즉 이제 임차인은 갱신요구를 통하여 10년의 임대차계약기간을 보장받으면서,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는 경우에도 다른 세입자를 소개하여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를 가지게 된 셈이다.

다만 임차인이 이와 같은 권리를 부여받기 위해서 계약의 기본적 사항을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테면 계약기간 동안 3기의 차임을 연체하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물을 전대하거나, 목적물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거나,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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