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 그런 경우,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수사과정은 그 자체로 힘든 과정이다. 수사기관 특유의 분위기에 주눅들기 마련이다. 피의자는 자신의 잘못을 추궁당하는 대상이 되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때문에 수사과정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 적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2003년과 2004년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7년 형사소송법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 매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명문화되었다(제243조의2 제1 항).
그럼 피의자신문을 포함한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신문과정에서의 반말, 욕설, 모욕, 폭행 등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 변호인은 모욕이나 욕설 등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을 필요 없이 신문 중이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문과정에 변호인이 함께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수 있다.
또한, 변호인은 접견, 피의자신문 참여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사기관에 법률적 의견을 진술하는 등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한다. 수사, 재판과정은 복잡하고 지난한 절차를 거친다. 게다가 경찰과 검찰은 수사전문가이자 법률전문가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피의자가 적절한 대응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변호 인의 조력을 받아 ‘무기대등의 원칙’을 실현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피의자가 수사 초기에 혐의 사실에 대해 어떻게 진술하는지, 그 진술이 조서에 어떻게 기재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법률 비전문가인 피의자는 내용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만회할 수 있다.
사실 돌이켜보면,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폭언, 구타, 밤샘조사 등 고문과 가혹행위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채 한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서울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도 불과 17년 전이다. 다행히 민주화의 진전에 힘입어 수사과정에서도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의자는 법률상 보장된 변호인 조력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 수사과정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피의자를 보호해 줄 사람은 당신의 변호 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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