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향우 척사대회..소개 30분

주객이 전도..추위떠는 향우들

 

흔히 사회를 보는 사람들은 참석자 소개를 얼마만큼 잘하느냐에 따라 행사의 성패가 가름난다고 한다. 행사의 주체나 내용보다 누가 참석했느냐에 따라 좋고 나쁜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로 들린다.

혹시 내 소개를 빠뜨리면 어쩌지(?) 또는 유력 인사 이름을 놓치면 큰일인데..라는 긴장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유력 인사는 그럴싸한 인삿말 몇마디 건네고 그냥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혹 얄미울때도 있다.

행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그것은 바로 행사를 주관하고 참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는 광격을 보게된다. 참으로 씁스레한 얘기다.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박수를 쳐야 하는 입장에서는 제발 인삿말이 짧기를 바라고 연단에 오르는 사람이 적을 수록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사는 간단하게 마치는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요즘 정월 대보름을 맞아 척사대회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민족 고유의 민속놀이인 척사대회는 젊은이를 빼고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17일(일요일)은 충청향우회 척사대회가 성포공원에서 열렸다.

많은 향우들이 모여 한껏 윷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날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영하 2도였다.

척사대회에 앞서 내빈 소개만 30분 이상 걸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소개뿐 아니라 인삿말까지 곁들였으니,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충청도 시·군민회에 나온 500여 향우들은 이들의 인사소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해야 했다.

추위에 떨면서도 이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그만하길 바랐고 하나 둘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볼수 있었다.

향우들은 따끈한 국물에 몸이라도 녹이길 바랐지만 인사는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주인공은 충청향우들인데...나이드신 어르신들도 불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인사를 줄이고 짧게 해야 행사가 성공한다는 말이 언제나 나올까 싶은 날이었다. 그래도 행우들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정월 대보름 맞이 윷놀이 대회에 나온 것 자체로 흥겹다고 했다. 서있는 시간이 길어 불편했지만 그래도 고향사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향우 한분은 필자에게 반드시 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정치인의 들러리는 아니지 않냐'고 말이다.

주인공을 위한 잔치..주인공을 위한 배려..이런 행사를 기대하고 싶은 날이었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