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이 지났다. 이번 설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삶의 큰 기쁨이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사랑과 존엄 그리고 지혜와 용기의 학교이다. 생존과 안전의 기초이며 피난처이다. 삶의 원점이고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이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라는 삶의 근원이자 터를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있다.

자신의 근원을 상실하고 사랑과 존엄의 경험과 생존과 안전의 기본적인 울타리를 갖지 못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많이 불편한 일이다.

이 이웃들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일시적이고 특별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사회의 왜곡된 생산과 분배구조 그리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회문화풍토에서 나타났다.

뒤틀린 우리사회 생태계가 근본 이유이기에 이들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 우리 공동체는 늘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찬찬히 이 친구들을 살펴야 할 이유이다.

너무나 오래되어서 이제는 콘크리트처럼 된 이 상황을 한 두 사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깨어있는 사람들과 불편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힘을 합치는 일을 공동체를 위한 협동이라고 말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과 유산이 있다. 그것은 공동체의 형성과 공동체를 위한 협동하는 능력이다. 약한 사람과 뒤쳐진 사람이 자신의 자리로 올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모든 이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그래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머리를 하늘을 향해 살아가는 진정한 직립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공동체의 힘이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문명사회인가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사람의 생명력을 살리는 일이 문명사회로 가는 가장 생산적인 사회 경제 문화적 투자이다.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어야 한다. 일인중심에서 우리 모두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반목에서 신뢰로 우리의 마음과 손을 옮기는 것이 인간의 얼굴을 가진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똥을 옆에 두고 밥은 먹어도 배고픈 사람을 옆에 두고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마음이다. 이 마음을 잘 지켜야 나의 생명이 살아난다. 물 한잔과 빵 하나를 나누는 것이 사랑이고 이 사랑이 전부이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언제든지 재구성, 재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하나님이 모든 이에게 준 선물이고 능력이다. 인간만이 갖는 위대함이고 거룩함이다. 이 위대함과 거룩함은 가족이라는 삶의 원점을 상실한 우리 모두의 이웃들에게 내가 먼저 가족(加族)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이재호 들꽃청소년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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