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 본회의장 점거 농성
황급히 빠져나가는 의원들 보고 방청석 넘어 소동 벌이기도

선부동 2·3구역 재건축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의회의 시큰둥한 반응에 참다못한 재건축 반대 주민들(비대위)이 급기야 본회의장까지 점거해 울분을 토했다. 사진=오만학 기자

선부동 2·3구역 재건축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의회의 시큰둥한 반응에 참다못한 재건축 반대 주민들(비대위)이 급기야 본회의장까지 점거해 울분을 토했다.

지난 6일 안산시의회는 ▲안산시의회 회기 운영 개정 조례 ▲인터넷매체를 활용한 홍보 조례 ▲협치 활성화 조례 ▲안산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등 총 31개 안건 처리를 위해 ‘제252회 안산시의회 제2차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비대위는 의원들에게 ‘재건축 조합 해산 조례 발의’를 요구하기 위해 본회의장이 있는 의회 3층 복도에 집결했다. 지난 4일 새벽까지 송바우나 안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강광주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대표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여도 해결점이 보이지 않자 의원들이 모두 모이는 본회의를 노린 것이다. <반월신문 2018. 12. 5일자 3면 보도>

개회 시간이 돼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려 했지만 의회 직원들에게 제재를 당했다. 본회의장 안으로 음료 반입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비대위와 의회 직원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정택 안산시의회 부의장이 개의를 선언했지만 대치는 그치지 않았다. 비대위측 한 주민은 비상구 계단이 있는 쪽 본회의장 문을 열고 “조례를 제정하라”며 소리쳐 한동안 소동이 일었다.

결국 ‘회의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 본회의장 내 방청석에 자리했다. 비대위는 정회시간 중 ‘용산 재개발 반대 주민의 한강 투신’을 알리는 뉴스를 틀며 자리에 앉아있는 의원들에게 간접적으로 시위를 했지만 회의가 속개되자 정숙을 지키며 회의를 방청했다. 다만 회의장 밖에서는 일부 비대위원들이 31개 안건이 별다른 토론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데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정택 부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비대위는 일제히 “조례를 제정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급기야 한 비대위원은 의원들이 산회하기가 무섭게 황급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방청석을 넘어 본회의장 단상 앞으로까지 진입을 시도했다. 본회의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고 회의장 안으로 경찰들까지 출동했다.

특히 선부동 2·3구역이 속한 지역구 의원들(송바우나·추연호·강광주)을 비롯한 안산시의회 의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의회를 나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비대위는 “주민들 목소리보다 점심식사가 더 중요한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일부 비대위원은 분을 참다못해 의회 복도에 유리병을 던지기도 했다. 그간 2·3구역 재건축 문제 해결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중재에 나섰던 의원들의 수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아쉬움이 남았던 대목이었다.

다만 점심식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정종길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비대위 목소리를 들어주며 설득한 끝에 비대위는 냉정을 되찾고 해산했다.

비대위와 안산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송바우나·추연호·강광주 의원과 비대위측이 마주 앉았다. 그러나 의원들이 끝내 ‘조례 발의’ 약속을 하지 않아 비대위는 아무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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