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얼마 전 특정 인터넷 사이트 회원들이 본인의 여자친구를 불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촬영물들을 경쟁적으로 게시하는 일이 있었다. 소위 ‘여친인증’이라고 했다. 그런데 인증한다고 하는 그 여자친구들의 사진이 이상했다. 여자친구가 예쁘게 꾸며 보내준 셀카도, 증명사진도 아니었다. 대부분이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었고, 그 촬영이 여성이 자고 있는 동안 특정신체부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거나, 숙박업소에서 나체로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거나, 심지어 성관계 도중 이루어진 사진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게시물들에는 피해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희롱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고 했다.

경찰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즉각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해당 사이트의 압수수색을 신청하였다. 엄정 수사할 방침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앞 다투어 경쟁하듯 본인의 여자친구를 인증하였던 그들이 이제는 앞 다투어 게시글을 삭제하고 흔적지우기에 나섰다고 한다. 일부 회원들은 이와 같은 불법촬영물을 게시하였더라도 게시글을 삭제하면 문제되지 않는다거나, 본인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괜찮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무혐의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 달리 이와 같은 불법촬영물 게시자들은 법적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바보가 아니다.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당사이트를 압수수색하여 회원정보와 접속기록 등을 확보해 놓았고, 채증 등 필요한 조치를 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이들의 행동을 법적으로 검토해보면, 우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타인의 신체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허락 없이 유포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설령 그 촬영이 여자친구의 동의를 얻어 한 것이어도 상관없다. 촬영에 동의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촬영에 대해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포하는 것까지 동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의 조언처럼 본인이 촬영한 사진이 아니고 어딘가에서 퍼온 것이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본인이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하더라도 불법촬영물을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임의로 인터넷에 올리게 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죄명이 되든 처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일들은 많다. 성적표가 됐든 월급명세서가 됐든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것을 인증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본인이 사랑하는(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여자친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건 자랑이 아니라 범죄다. ‘여친인증’이 아니라 ‘범죄자인증’이다.

박정호 변호사 / euidam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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