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을 붙들고 떨던 운명들이

달리는 차량의 바람을 따라 우수수 날린다

 

꽃잎처럼 나부끼는 낙엽의 거리

한편에 차를 세우고

집에서 챙겨 온 비스킷을 꺼내놓고

알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천변을 흩날리는 만추의 애잔함이

때 마침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낮은

첼로 선율과 함께 커피 한 잔으로

가슴 가득 차오르는 행복감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부터

이런 소소함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하루키의 소확행*을 생각하며

행복이란 존재하는 것에서

느끼는 것임을 깨닫는다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늦가을

화정천변 낙엽 지는 거리에서

잠시 갈길을 잊는다.

신경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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